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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동반자 - 독일세퍼드 루시

널리여사 2023. 3. 3. 05:38

독일세퍼드(German shepherd),  우리 루시는 내 첫 아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데리고 오고 산책갔다 안고오고 매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그리고 밤에 자러가기 전에 화장실 가자고 들로 밭으로 데리고 다녔다.

 

한국 3주 갈때는 이녀석을 어떻게 두고가나 싶어서 울기도 했고 통화중에 '루시' 부르면 금방이라도 우리에게 뛰어올듯 반가워 하는 녀석.

보통 저먼세퍼드는 등과 꼬리에 검정색을 띈다. 그런데 우리 루시는 검정색이 없이 몸 전체가 황토색/갈색이다. 루시 엄마아빠가 다 그랬으니 놀라울 사실은 아니다.

 

처음 루시를 데리러 갔을때, 아는 사람이 7개월된 퍼피라고 했다. 그래서 조막만한 개로 생각하고 데리러 갔었는데 웬걸 두 다리를 들고 서니까 나랑 키가 비슷했다. 그래도 꼭 데리고 와야지 했던건 루시가 맘에 들어서 였기도 했지만 집에 도둑이 든적이 있었기에 루시같은 집 잘 지키는 저먼쉐퍼드가 필요했다.

 

개가 수염있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것은 수염 뿐만 아니라, 개들이 얼굴에서 미묘한 근육 신호를 처리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수염, 모자 또는 안경과 같은 "인간의 얼굴 신호"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런 혼란은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오자마자 만난 울남편, 수염이 덮수룩 ㅋㅋㅋ그래서 그런가 지금까지 수염난 사람 딱 한사람만 우리 루시가 싫어했다. 울 남편 저먼쉐퍼드 몇마리 키워봤다고 루시가 맘이 많이 갔나보다. 루시 밥주는거 보면 정말 정성에 정성이 깃들어져있다.

 

울남편이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가면 루시는 따라간다. 그런데 나간 시간이 길어지면 그냥 한참 뛰어놀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문앞을 지키는 루시. 내가 어디갔다 오면 늘 루시는 집에서 날 반긴다. 일을 늦게까지 하고 막 새벽 2시에 집에 왔던적도 있는데 루시는 내가 올때까지 마당한 가운데서 앉아서 날 기다리다가 내가 집에 오고 들어가면 그제서야 녀석도 자러간다. 

 

루시가 처음에 왔을때 시엄마가 우리집에 드나들면서 남편이나 내가 싫어하는 ..누구 흉보기를 맨날 했다. 그래서 내가 좀 싫어했는데 그 즈음인거 같다. 시자 들어간 사람만 우리 마당에 차를 타고 오든 걸어오든 우리 루시는 으르렁 댄다. 어떨때는 우리 루시가 으르렁 대면 난 방안에서 꼼짝 안한적도 있다. 시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나를 부를때도 있었는데 내가 기분상 만나기 싫으면 루시의 신호를 듣고 나만의 공간에서 그냥 있었다. 그야말로 숨었다 ㅋㅋㅋ

지금도 여전히 으르렁대고 정말 한번 물을것 같이 짖어댄다. 그러면 시댁식구가 오는거라고 안다, 특히 시엄마

 

루시는 공만 차주면 행복해한다. 누가 오면 일단 뭔가 차줄것을 발앞에 던져준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한번 차주면 계속 가져다 준다 또 차달라고. 테이블이든 의자이든 바닥이든 어디든지 녀석은 공도 물어다 놓고 차달라고 사정한다.

공을 차주면 엄청 잘 받는다. 전생에 골키퍼 ㅋㅋㅋ

그래서 그런가 뭔가 움직이는거면 따라다니고 물고 싶고 개가 개처럼 놀아야하는데 어떨때보면 완전 사람 그 이상이다.

이제는 평생의 반려자인 디제이랑 논다.

 

그리고 어느날 우리집에 찾아온 또다른 개, 제리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그녀석이 우리 곁에 오려고만 해도 루시한테 목줄이 잡혀서 헥켁된다. 루시가 녀석을 꼼짝 못하게 잡는다 ㅋ.

그리고 루시가 입에 공같은걸 물고 있으면 제리는 루시에게 가서 자꾸 추근댄다. 자꾸 짖어대며 ㅠㅠ

루시가 참다참다 또 참다참다 화가나면 정말 무서운 이빨을 들이대고 으르렁댄다. 가끔 보면 제리를 잡아먹을듯.

제리도 지지않고 같이 으르렁 댄다. 그래도 루시에게 당할수는 없다.

 

루시가 고양이를 쫓아다니며 도로로 뛰다가 한번 차사고가 난적이 있다. 심하게 다치지 않았지만 찻길을 건널때는 조심해야한다는 레슨을 톡톡히 받은샘이다. 그 이후로는 큰길 도로를 건널때 도로 근처까지가서 소리를 듣는다. 차오는 소리가 나면 안건너고 차가 지나갈때까지 기다렸다가 건넌다. 아무리 훈련을 시키려고 해도 이건 정말 안되었는데 차사고 당하고 나니 알아서 한다. 같이 길 건너갈때 잠깐 기다려 그러면 기다린다. 그리고 가자 그럼 말 달리듯 달린다.

 

똥개만 키워봐서 저먼쉐퍼드 루시를 키우니까 똑똑한게 눈에 보인다. 개가 정말 웬만한 사람보다 낳다.

 

우리 루시는 오늘도 우리집을 지킨다.

고맙다.

사랑한다.